도토리와 세상의 빛

 이번 책가방 축복식 선물은 도토리예요. 동글동글하고 토실토실한 도토리가 참 예쁘지요. 옆에 다람쥐가 같이 있으면 더 좋겠지요. 올해는 대한성공회가 한국에 온 지 130년이 되었어요. 그 옛날에 성공회 교회를 시작한 사람들은 도토리 나무를 참 좋아했던 것 같아요. 1911년 주교 서품식에 영국에서 보낸 선물을 보면 대한성공회 마크와 도토리 가지가 함께 새겨져 있어요. 대한성공회 마크를 자세히 보면 십자가 주변에 도토리 나무잎 무늬로 장식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지요.

도토리 나무가 이 문장을 디자인 한 분들에게 어떤 느낌을 주었는지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당시 산 위에 올라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도토리 나무, 상수리 나무에서 한국의 자연, 한국의 산과 강에 대한 느낌을 받은 것 같아요.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 속에서 금과 은으로 장식할 대한성공회의 비전을 떠올린 사람들이 멋있게 느껴지네요.

올해 서울교구는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좋은 마음 좋은 행동으로 빛나는 생활을 하기로 하였어요. 그런데 크고 환한 빛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결심과 희망과 실천으로 시작되는 것이겠지요. 도토리 나무가 햇빛을 받아 도토리 한 알 한 알을 열매 맺으면, 귀여운 다람쥐들은 추운 겨울에도 오손도손 마주앉아 도토리를 먹으며 힘을 내겠지요.

여러분도 이 선물을 보면서 그런 마음을 되새겼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눈여겨 보지 않는 평범한 하루 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옆에 있는 사람들 속에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면 좋겠어요. 도토리처럼 작고, 단단하고, 알찬 여러분의 빛을 기대합니다.

2020년 3월 5일 목요일
시몬 다람쥐 올림

“도토리와 세상의 빛”의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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